[세시풍속] 18.제석(除夕)
1년의 마지막날인 섣달 그믐날 밤을 제석(除夕) 혹은 제야(除夜)라고 하는데, 이는 한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밤이라는 뜻이다.
연종제와 묵은해 문안연종제란 궁중에서 한 해가 끝남을 기념하여 지내는 의식으로, 조선조 말기까지 궁중에서 이 연종제 행사를 행하여 왔다. 이때 악귀를 쫓는다고 하여 여러가지 가면을 쓰고 제금[銅]과 북을 울리면서 궁안으로 두루두루 돌아다니는데, 이를 나례(儺禮)라고 한다. 이 것은 1년 동안의 묵은 잡귀를 쫓아내고 새해를 깨끗하게 맞이하려는 의도에서 행하였던 것이다. 또 대궐 안에서는 제석 전날에 대포를 쏘았는데, 이를 연종포(年終砲)라고 하였다. 지방 관아에서 는 소총을 쏘고 징도 울렸다. 이러한 풍속은 고려 정종(靖宗) 때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인데, 조선조 말기까지 궁중에서 행 하여졌다. 이에 대한 기록은《고려사(高麗史)》(卷六十四)에 계동대나의 (季冬大儺儀)조와《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세종실록 世宗實錄) 동계대나의 (冬季大儺儀)조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조선 성종(成宗) 때의 학자 성현(成俔)의 《용재총화(齋叢話)》(卷一)에 의하면 구나(驅儺)의 일은 관상감이 주관하는데, 섣달 그믐 전날 밤에 창덕궁·창경궁의 대궐 마당에 들어가서 하는 행사로, 그 제도는 악공(樂工) 1명이 창사(唱師)가 되어 붉은 옷에 가면을 쓰고, 방상씨 4명이 황금빛 네 눈으로 곰의 껍질을 쓰고 창을 잡아 서로 치고 지군(指軍) 5명은 붉은 옷, 가면과 화립(畵笠)을 쓰고, 판관(判官) 5명이 푸른 옷, 가면과 화립을 쓰며, 조왕신(王神) 4명은 푸른 도포·복두(頭)·목홀(木笏)로 가면을 쓰고, 소매(小梅) 수명은 여삼(女衫)을 입고 가면을 쓰되, 웃저고리 아 랫치마를 모두 홍록(紅綠)으로 하고, 긴 장대기(旗)를 손에 잡고, 12신은 각각 그 귀신의 가면을 쓰는데, 예를 들어 자신(子神) 은 쥐의 형상 가면을 쓰고, 축신(丑神)은 소의 형상의 가면을 쓰는 것과 같은 것이며, 악공 10여명은 도열(桃 )을 가지고 이를 따르는데, 아이 수십 명을 뽑아서 붉 은 옷 붉은 두건(頭巾)으로 가면을 씌워 진자(振子)로 만들고, 창사(唱師)가 불러 이르기를, "갑작 (甲作)은 흉을 먹고, 불주(佛胄)는 범을 먹고, 웅백(雄白)은 매(魅)를 먹고, 등간(騰簡)은 불상 (不祥)을 먹고, 남제(攬諸)는 고백(姑伯)을 먹고, 기(奇)는 몽강양조(夢强梁祖)를 먹고, 명공(明共) 은 목사기생(木死寄生)을 먹고 위함(委陷)은 츤()을 먹고, 착단(錯斷)은 거궁기등(拒窮奇騰)을 먹고, 근공(根共)은 고(蠱)를 먹을지니 오직 너희 12신은 급히 가서 머무르지 말라. 만약 더 머무르면 네 몸을 으르대고 너의 간절(幹節)을 부글부글 끓여 너의 고기를 풀쳐내고 너의 간장을 뽑아 내리니 그때 후회함이 없도록 하여라" 하는데, 진자가 "그렇게 하겠나이다." 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복죄(服罪)하면 여러 사람이 "징을 치라" 할 때 이를 쫓아낸다 하였다. 결국 대궐과 관아에서의 이와 같은 풍속은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에 관상감에서 행하였던, '대나 (大儺)'라는 의식의 유속(遺俗)이라 할 수 있다.
묵은세배
섣달 그믐날 저녁에 사당에 절하고 설날 세배를 하듯 어른들에게 절을 하는데 이를 '묵은세배'라 한다. 그런데 이 묵은세배는 가까운 사이에만 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시집간 딸들이 친정 부모나 친척집에 가서 세배를 하는 것을 '망년과세(忘年過歲)'라고 한다. 전라도 진도 지방에서는 설을 앞두고 '몇뱃기'라 하여 자손들이 시부모나 친정 부모에게 음식을 차려 가지고 '名日이바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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