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띠이야기] 3.열두 띠 동물의 구성
한국의 십이지는 시간신과 방위신 역할을 하며 그 시간과 그 방향에서 오는 사기를 막는 수호신이다.
십이지의 열두 동물을 각 시간과 그 방위에 배열하게 된 데는 관련 설화가 여럿 있는데, 동물의 발가락 수와 그때 그 시간에 나와서 활동하는 동물을 들어 표시했다는 것이 그중 설득력이 있다. 십이지 동물 중 맨 처음에 오는 쥐는 앞 뒤 발가락 수가 다른데, 앞발은 홀수, 뒷발은 짝수로 특수하다고 해서 맨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 뒤로 소(4), 호랑이(5), 토끼(4), 용(5), 뱀(0), 말(7), 양(4), 원숭이(5), 닭(4), 개(5), 돼지(4)의 순이다. 이 순서는 발가락의 숫자를 홀수와 짝수로 서로 교차하여 배열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대 중국인들은 시간을 표시할 때 그때그때 나와서 활동하는 동물을 하나 들어 그 시간을 나타냈는데, 십이지 동물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 자시(23~01시): 쥐가 제일 열심히 뛰어 다니는 때
- 축시(01~03시): 밤새 풀을 먹은 소가 한참 반추하며 아침 밭갈이 준비를 할 때
- 인시(03~05시): 하루 중 호랑이가 제일 흉악한 때
- 묘시(05~07시): 해뜨기 직전에 달이 아직 중천에 걸려 있어 그 속에 옥토끼가 보이는 때
- 진시(07~09시): 용이 날면서 강우 준비를 하는 때.
- 사시(09~11시): 이 시간에 뱀은 자고 있어 사람을 해치는 일이 없는 때
- 오시(11~13시): 이 시간에는 고조에 달했던 ‘양기’가 점점 기세를 죽이며 ‘음기’가 머리를 들기
- 시작하는데, 말은 땅에서 달리고 땅은 ‘음기’이므로 말을 ‘음기’의 동물로 보고
- 이 시각을 말과 연계시킨다.
- 미시(13~15시): 양이 이때 풀을 뜯어 먹어야 풀이 재생하는 데 해가 없다.
- 신시(15~17시): 이 시간에 원숭이가 울음소리를 제일 많이 낸다.
- 유시(17~19시): 하루 종일 모이를 쫓던 닭이 둥지에 들어가는 때
- 술시(19~21시): 날이 어두워지니 개가 집을 지키기 시작하는 때
- 해시(21~23시): 돼지가 단잠을 자고 있을 때
쥐가 십이지의 첫자리가 된다. 그렇게 된 사연을 말해 주는 설화가 몇 가지 있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했다. 이에, 그 선발 기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그중에서도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했는데, 각 동물들의 이런 행동를 지켜보던 쥐가 작고 미약한 자기로서는 도저히 먼저 도달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그중 제일 열심인 소에게 붙어 있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앞 다투어 달려왔는데, 소가 가장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하였으나, 도착한 바로 그 순간에 소에게 붙어 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였다. 소는 분했지만 두 번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쥐가 십이지의 첫머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미약한 힘을 일찍 파악하고, 약삭빠르게 꾀를 썼기 때문이다.
선조대왕이 어느 날 경연에 임하셨는데 쥐 한 마리가 어전을 지나갔다. 선조대왕은 매우 의심쩍은 기색으로 "쥐란 짐승은 저렇게 외모도 못생기었을 뿐 아니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많거늘 어찌하여 육갑(六甲)의 쥐로 십이간지 중 첫자리에 놓았는고? 경들은 그 까닭을 아는가? "하는 하문이 있었다. 그 때 유희춘이 대답하기를 "다름이 아니오라 쥐의 앞 발가락은 넷이오, 뒤 발가락은 다섯입니다. 그러하온데 음양(陰陽)하에 짝이 맞는 수는 음에 속하옵고 짝이 맞지 않는 수는 양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넷은 음수요, 다섯은 양수입니다. 여러 짐승 중에 한 몸뚱이에 이와 같이 음양이 상반되는 짐승은 쥐 이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하온데 원래 음기라는 것은 밤중이 되면 사라지고 뒤미처 양기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하여 쥐를 열두 시 중에 첫 꼭대기에 놓아 자, 축, 인, 묘 등으로 나누게 된 것은 음에 속하는 앞발을 내디딘 뒤에 양에 속한 뒷발을 내디디는 뜻을 취한 것이니 즉 밤 열두 시는 양기가 생기는 때인 까닭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설화는 쥐의 앞발과 뒷발의 숫자가 다른 점을 음양오행으로 설명한 것이다. 십이지가 방위신과 시간신의 개념에서 시작한 후 오행가(五行家)들은 십간과 십이지에다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오행을 붙이고 상생상극(相生相剋)의 방법 등을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배열하여 인생의 운명은 물론 세상의 안위까지 점치는 법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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