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띠이야기] 4.띠에 대한 한국인의 관념
십이지는 통일신라 이래 오늘날까지 이어온 우리 민족의 끈질긴 신앙과 사상의 산물이다. 중국의 영향을 받으며, 한편 불교 조각과 교섭을 하면서 강력한 호국(護國)의 방위신(方位神)으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의 왕과 귀족의 능묘(陵墓)에 조각 장식된 십이지상(十二支像)은 세계에서 독보적 존재로,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양식과 형식을 전개하여 왔다.
통일신라 이래 조선왕조에 이르기까지 능묘(陵墓)에는 물론 불교 건조물이나 회화, 공예품, 그 밖의 일상적인 생활도구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는 등 십이지의 조형(造形)과 사상은 한국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문화에서 띠동물에 대한 담론(談論)은 보통 세 가지 경우에 집중된다.
첫째는 연말연시에 새해를 새로 맞이하면서 그해의 수호동물인 12지 동물로 한 해의 운수를 점쳤다.
두 번째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아이의 운명은 띠동물과 연관지어 미래를 예지하려고 했다.
세 번째는 그 아이가 자라나서 결혼을 앞두고 결혼 상대의 띠와 궁합을 맞추면서 띠를 거론한다.
모든 새해의 연운(年運)은 그해 수호동물이라 할 수 있는 12지 동물의 성격 및 행태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된다. 양띠해는 양을 닮아 평화롭고, 말띠해는 말을 닮아 활기차다고 한다. 또한 한국인은 ‘띠’를 가지고 태어난다.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각자의 띠와 그 띠 동물의 좋은 덕성과 의미를 들으면서 자라났다.
예컨대, ‘쥐띠는 식복이 많다’, ‘잔나비띠는 손재주가 있다’, ‘소띠는 부지런하다’, ‘범띠는 용감하다’ 등등을 들으면서 자연히 자신의 띠동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래서 각자 띠동물의 덕성을 자기의 특성으로 삼아 행동하려 했고, 본받으려고 했다. 과학적으로 사람들이 자기의 띠동물 특성을 얼마나 닮았는지는 증명할 수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아주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띠동물의 생태모형으로 사람의 성격과 운명을 판단하는 속신어들이 민간층에서 많이 전승되고 있다. 모든 사람은 띠동물의 생래적(生來的)으로 타고난 형상과 습성을 닮는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띠문화는 중국의 생초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한국에 전래된 이후에 자연적, 역사적, 사회적 환경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경험과 지혜가 어우러진 '민의 종합적 사고 형태이며 생활 철학의 관념체계'를 표출하고 있다. 12지는 한국문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천문, 역법에서는 방위와 시간의 개념으로, 풍수, 점복, 해명(解名), 택일, 사주, 궁합 등에서는 길흉을 예지하는 비결(秘訣)로, 능묘의 호석, 사찰의 불화, 민화 등에서는 제액초복의 수호신 또는 길상을 상징하는 도상 형태로, 생활용구나 각종 장식물에서는 장식용 문양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전승되는 띠문화의 핵심은 개인의 운명, 심성을 파악하는 잣대이며, 개인과 개인 사이의 융화관계 또는 상충관계를 밝히는 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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