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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야기

[열두띠이야기] 6.신앙의 대상으로서의 12동물

by hwang706@hanmail.net 2023. 4. 17.

[열두띠이야기] 6.신앙의 대상으로서의 12동물

인간과 동물이 함께 하는 삶. 현세의 평안과 내세의 영생을 기원하는 의식의 반영으로서 삶을 풍요롭게 한 동물민속은 우리 민족의 세계관과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초석이자 문화의 창이다. 부처님의 곁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용에서부터 조상들에게 바치는 희생의 상징인 양, 소, 돼지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에게 주어진 상징들은 우리가 오랜 세월 지니고 살아온 의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신앙속의 12띠 동물]

 

동물의 희생 

: 희생의 대가로 세상을 평안케 하는 동물들을 우리는 조상이나 신에게 올리는 제의 속에서 두루 만날 수 있다. 희생이란 동물을 제물로 쓰는 것을 말하는데 동물을 잡아 천신에게 바치는 제사를 희생제의라 한다. 이렇게 동물은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희생 제물로 바쳐 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소, 돼지, 양이 주로 희생의 제물로 받쳐진다. 제단에 올려지는 소와 양은 복을 비는 마음속에 고스란히 스며들고 엄숙한 제례에 격을 더한다. 제례에 쓰이는 제기 중 희준과 상준이 있다. 소와 코끼리의 등 위에 원형의 준을 얹은 모양인 이 술병들은 상서롭고 좋은 기운을 담아 제단에 올리고자 했던 정성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구례 운조루(동물의 상징물)

: 야트막한 산새가 아우르는 마을. 평화로운 일상이다. 그 일상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면 우리는 흥미로운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대문위에 달아놓은 호랑이 뼈다. 집 안팎에 달아놓은 동물의 자취들. 옛사람들은 매달아놓은 호랑이 뼈와 소고삐, 소뚜레들이 집으로 들어오려는 귀신을 쫓고 액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한편 농사의 주요 밑천인 소의 목에는 방울을 달았는데, 그 방울소리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풍작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신격화된 동물들 

: 신당의 목마는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 또는 동신이 타고 다니는 승용동물로 모셔지고 있다. 이 목마는 맹수의 피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세운 것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돌, 쇠, 자기 등으로 말을 만들어 모시기도 했다. 신당의 목마는 산신이나 장군의 초상화와 함께 놓이기도 한다. 이는 수호신과 신의 승용동물인 말의 신령스런 힘이 마을을 지켜준다는 믿음의 반영이라 하겠다.

 

 

 

 

왜 12지 동물이 우리와 밀접하고 신앙의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가회박물관장은 말한다.

“불교의 영향을 받아가지고 무언가 무기를 들고 막아주는 그런 십이지가 아니라 우리의 민간신앙이나 민속에서 보면 호랑이 두 마리를 그려서 문지방 위에다 붙여 삼재를 쫓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벽사용으로써 귀신을 쫓는 역할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느 풍속에서 보면 호랑이 뼈를 문지방 위에 또는 대문위에 걸어 놓습니다. 역시 우리 조상들이 생각하는 호랑이나 십이지에 관한 것들은 무서운 동물의 뼈라도 보면 도망을 간다고 생각한거죠.”

 

 

불교 속의 12지 

: 우리는 사찰에서 늘 동물의 형상을 보게 된다. 아침, 저녁 예불 때와 법요식을 거행할 때 울리는 법고. 법고의 소리에는 땅위의 축생을 제도하는 불법의 의미가 담겨있는데 이 법고의 북면은 쇠가죽을 대어 막았다.

또 범종의 용두와 운판에는 용을 새겼는데 불교건축이나 공예에 등장하는 용은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의 상징이다. 정몽주묘의 호석에는 쥐가 양각되어 있다. 여기에서 쥐는 시간의 상징으로 흰쥐는 낮을, 검은 쥐는 밤을 뜻한다. 그에 따라 흰쥐는 오르는 것으로 검은 쥐는 내리는 것으로 새겨놓았다. 이는 불교의 아함경에서 비유한 인간의 일생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의 업고를 표현한 한 예이다.

 

 

[소백산 구인사]

 

 

승가사 다리의 12지처럼 사찰에서 보여지는 12지는 불법을 수호하고 불교인을 보호하는 신장상의 성격을 띤다. 여기에서 우리나라의 십이지 신앙은 약사신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십우도 혹은 심우도는 절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벽화다. 대웅전 벽을 따라 소와 소치는 아이가 등장하는 열 개의 그림들은 조계종을 세운 보조국사 지눌의 사상을 반영한 것으로 소를 길들여가는 아이와 희게 변해가는 소를 통해 욕심을 버리고 불심을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부적 속에 깃든 동물의 의미 

: 악귀나 잡신을 쫓고 액을 물리치기 위해 붙이는 부적. 부적은 만물에 영적 능력이 있으며 수호신이자 염력이 있다는 믿음이 낳은 산물이다.

부적 속의 12지는 사악한 기운을 달아나게 하는 지역사령관으로서 신장의 모습을 띠고 있는데 악귀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하여 재액을 물리치고 소원을 이루게 한다. 모든 동물 중 으뜸으로 벽사의 능력이 있다는 호랑이는 바람, 물, 불 등 삼재를 면하기 위해 붙인다는 삼재부적에 호랑이가 그려졌다. 사람들은 호랑이부적을 통해 나쁜 병을 물리치고 삼재를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양한 종류의 동물부적 

: 부적은 대개 종이로 만들지만 재료에 따라 돌, 나무, 청동, 바가지 등 다양하게 제작되며 지니는 곳 또한 여러 곳이다.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이 앙증맞은 동물들은 집이나 무덤 앞에 묻거나 서까래에 올려졌다. 12지 동물인 이들은 부적처럼 사용되어 잡귀를 쫓고 액을 물리쳐준다는 믿음을 주었다.

가회박물관장이 동물의 벽사능력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러니까 결국은 태어난 집에서부터 살면서 병이 나고 출세하고 심지어 결혼하고 이런 것들도 다 날과 시에 따라서 열두 띠에 의해서 잡죠. 죽어서도 마찬가지로 시신이 옮겨지는 시간, 그다음에 묻히는 시간까지도 십이지와 관계되는 십이 간지의 시간을 다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사주팔자 

: 태어나 죽기까지 우리는 태어난 해의 동물과 운명을 함께 한다. 인생의 행태를 자신의 띠 동물의 행태와 동일시하려는 것인데 띠는 운명을 결정짓는 사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주팔자는 태어난 때의 년주 월주 일주 시주 등의 네 기둥인 사주와 그 사주를 각각 천간과 지지로 나타낸 팔자를 합한 것으로, 우주질서의 한 부분인 인간이 우주의 기운에 영향을 받는다는 믿음의 산물이다. 이 사주팔자를 통해 사람들은 본인의 성격과 부모, 형제, 부부, 자손과의 관계. 건강, 사고, 직업의 선택 등의 길흉화복을 예견하거나 앞으로 일어날 액운에 대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