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띠이야기] 7.예술작품에 담겨있는 12동물
유물로 보는 12띠 동물
인간과 가장 친근한 존재인 동물은 늘 인간과 함께 해왔다.
조선시대에 그려진 이 그림들은 바로 그 친근한 존재인 동물을 통해서 우리 고유의 사상과 생활모습을 담고 있다.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익살스럽게 표현된 주인공들이 바로 열두 띠 동물 12지이다. 악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등 다양한 상징으로 표현되었던 12지. 우리 조상들의 의식과 삶의 숨결이 배어있는 유적과 유물 속에서 12지를 만나보자.
■선사시대의 동물과 인류 :
울산시 태화강 상류. 이곳에 반구대 암각화에는 사냥을 하며 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과 동물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항시 사람들에게 동물은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풍요를 기원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고대인들의 생활에서 동물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그런 동물을 돌에 새겨 표현한 이곳은 주술적 행사를 지내는 신성한 장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토우라 불리는 신라시대 유물도 암각화와 마찬가지로 강한 주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투박한듯하지만 동물의 특징적 모습이 잘 표현된 토우는 토기에 부착되어 장식으로 쓰인 것과 독립적인 형태를 갖춘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은 장래에 부장품이나 종교적 의식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특히 토우장식장경호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과 개구리를 물고 있는 뱀 등이 장식되어 있다. 이러한 토우들은 풍요와 재생을 기원하는 바람과 귀신을 물리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는 당시에 귀중하게 여겼던 곡물의 씨앗 등을 담아두는 용기로 사용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동물을 표현한 형태는 인류와 더불어 다양한 형식과 모습으로 발전되어갔다. 말의 모습뿐 아니라 말을 탄 사람까지도 세밀하게 묘사하기 시작했고 화려한 동물문양은 금속공예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예순다섯 마리의 동물이 정교하게 조각된 백제금동대향로는 고대인들의 기원을 예술로 승화시킨 금속공예의 걸작품이다.
동물모양의 토기들은 주로 제사에 쓰던 그릇으로 삼국시대의 신라뿐 아니라 가야와 백제에도 널리 퍼지게 된다. 특히 말은 고대에 제물로 바쳐지던 동물중 하나로써 죽은 자의 영혼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물로 여겨진다.
■벽화에 등장하는 12지 :
무덤의 부장품에서 뿐만 아니라 벽화에서도 인간과 함께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당시 사람들은 그들의 순수한 기원을 담아 환상적 형태의 모습을 지닌 신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현재의 삶을 사실적인 모습으로 그리기도 했다.
이렇게 사실적인 그림에서 동물들은 당시의 생활 상 뿐만 아니라 무덤 주인의 신분이나 지위를 추측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 벽화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사신도이다. 주작, 현무와 함께 12띠 동물 중 호랑이와 용이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사신도는 동물의 방위 신 내지는 종교적 의미가 내포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왕릉의 12지상 :
신라가 통일을 하면서 사신도는 사라지고 대신 12지상이 등장한다.
능지 탑은 문무왕의 화장터로 추정되는 곳으로 탑 주위에 다양한 형태의 12지상이 보인다. 12지상이 둘러진 계단위에 세워진 이탑은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12지의 기원을 가늠하게 해준다. 12지중 첫 번째 동물인 쥐만이 문복을 입고 있고 그 이외의 동물들은 무복을 입은 형태로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들 12지상은 각각의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했는데 지금의 능지 탑에는 열두 개의 상중에서 호랑이와 용 그리고 뱀의 상이 유실된 채 보존되고 있다. 통일 신라 시대에 능에 새겨진 호석은 크게 무복을 입은 형태와 문복을 입은 형태로 나눠지는데 현덕왕릉에 무덤으로 전해지고 있는 이곳에는 문복을 입은 12지상이 새겨져있다. 12지는 통일 신라 시대 이후로 열두 방위와 시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후 우리의 신앙과 사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12지는 고려와 조선시대에서도 대표적인 동물 문양으로 나타내게 된다.
■민화에 등장하는 12지 :
열두 띠 동물은 시대에 따라 더욱 발전된 형태로 표현되지만 동물이 지닌 각각의 상징적 의미는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특히 민화 속에는 12지의 종교적인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민화에 등장하는 용과 호랑이는 바로 귀신과 액을 쫓는다는 벽사의 의미로 그려진 것이다.
이렇듯 통일 신라이래 조선에 이르기까지 회화, 공예품 그밖에 다양한 유물로 확대되어 성행된 12지는 시대를 흘러 면면히 이어져온 신앙과 사상의 산물이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에도 소중하게 전승 발전되어 가고 있다. 유물들 속에서 등장하는 열두 띠 동물들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었지만 그것이 지닌 상징적 의미는 우리 민족의 신앙과 사상 속에 우뚝 솟은 산처럼 한결같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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