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예 이야기

[녹명(鹿鳴)]

by hwang706@hanmail.net 2023. 3. 22.

[녹명(鹿鳴)]

 

 

 

'녹명(鹿鳴)'이란 '사슴의 울음'이라는 말이다.

[시경(詩經)]의 소아(小雅)편에 나오는 말로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사슴들을 부르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라는 것이다.

이처럼 아름답고 숭고한 울음소리가 세상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유녹명(呦呦鹿鳴) 식야지평(食野之苹)'으로 시작하는 구절로 유유(呦呦)는 중국식 발음으로 사슴의 울음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이다. 사슴이 들판에서 맛있는 풀을 찾게 되면 소리 높여 울어 주위의 사슴들을 불러 모아 함께 먹는다는 의미다.

즉, '서로 나누고 도와서 함께 잘 살자'라는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수많은 동물들 중에 사슴만이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운다고 한다. 인간을 포함한 다른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행여 그가 볼까 경계하며 혼자 먹기 바쁜데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함께 먹기를 청한다 하니 아름답고 숭고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인간들의 세상에 더불어 사는 지혜를 알려 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이기적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를 지켜주며 함께 협력하는 것은 내 몸속의 이기적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즉, 상부상조를 한 종(種)만이 더 우수한 형태로 진화하여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가 갖는 양육강식의 행태에 대해 돌아보고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소리가 있다.

새 소리, 닭 소리, 바람 소리, 자동차 소리 등 셀 수 없이 많은 소리로 넘쳐 난다.

 

'계명(鷄鳴)'은 닭의 울음소리다.

계명축시(鷄鳴丑時)에서 나온 말로 하루의 시작인 새벽을 알리는 소리니 이 소리 또한 아름다운 소리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봉명(鳳鳴)은 봉황의 울음소리다.

봉명조양(鳳鳴朝陽)에서 나온 말로 봉황이 아침 햇살에 운다는 것으로 새로운 역사나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울음이니 이 역시 길한 소리라 할 것이다.

 

'학명(鶴鳴)'은 학의 울음소리다.

학명구고(鶴鳴九皐)에서 나온 말로 세상에 나오지 않은 선인이나 군자의 어짐이 임금에게까지 알려진다는 의미이다.

 

모두 좋은 울음소리이나 인간 사는 세상에서 바라 보건데 '녹명(鹿鳴)'이 그 가운데 의뜸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