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힌 삼성산]
전 날 내린 눈으로
온 산이 눈꽃을 탐하여 침묵에 잠긴 시간
조심스로운 마음으로 삼성산에 발을 들이니
뽀드득 소리에 화들짝 놀란 소나무 묵상을 깨웠는가
다하지 못한 번뇌는 발 끝에 뭍어나는데
하늘은 짙은 푸름으로 구름 한 점 없고
바람 한점에 눈 꽃은 날리어 온 산을 휘감는다.
눈 내린 삼성산은 그렇게 내 발걸음을 잡는다.
서울대입구~호수공원~민주동산국기봉~호압사~삼성산성지
백색의 환희에 세상은 온통 희망과 밝음으로 가득하고 마음도 더불어 맑게 비추인다.
조심스러운 걸음을 걷는 이들의 눈과 마음에는 모두 그렇게 하나씩의 밝은 불빛을 담고 있으리라.
내일을 생각하는 희망의 열정과 결실의 기쁨을 새기며...
따로이 선경을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모든 것이 더와 덜의 차이가 있을 뿐 다 아름답다.
이 길에 첫 발을 내딪은 이는 무엇을 생각하였을까...
미답의 세계는 희망이나 또한 두려움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 길은 신선의 경계로 들어 서는 길목이 아닐까 한다. 무욕과 해탈의 땅 그리하여 오직 사랑과 베품만이 자리하는 사물의 경계가 없는 하나됨의 땅으로의 길이 아닐런지...
오늘 만큼은 모든 세상에 경계가 없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아름다움으로 채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 것은 아닐까.
백설은 오직 한가지의 채색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채 흔들어 탈바꿈시키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라서 바위를 무심하다고 했는가.
다만 바위의 마음을 비출만한 거울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그럴만한 대상이 없었던 것은 아닐지...
눈 내린 날 비로소 바위는 감흥과 위로를 받는다.
만물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교감이 있어야 가까워질 수 있다. 무엇이 이들과의 거리를 메워주었을까...
힘찬 날개짓이 마음 더욱 반갑게 한다.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듯한 밝음과 맑음이 있다. 그 안에서 많은 이들이 따듯한 평안을 즐긴다.
인연은 강제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마다해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니
삶의 교직은 오직 인과 연의 결과물이라 세상에 무엇하나 소홀히 대할 것이 있으랴.
오직 주어진 것은 시간이나 그 시간속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비슷한 듯 같음이 없으니 삶의 여정은 그리하여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저 눈 덮힘 속에 함께 한 욕망과 순수는 또 다시 무엇을 만들어 놓을 것인가...
인간은 한 때의 환호와 영광을 위해 오늘을 불사르는 불나방과도 같은 삶을 살아 가는 것은 아닐지...
오욕칠정을 버리고 오직 순수와 가치만을 생각하며 살아 가기에 인간은 또 지나치게 나약한 존재이지는 않은가...
푸른하늘이 있어 한 때의 어두움은 위안을 얻고 다시금 웃음과 희망을 본다.
삶의 여정은 이렇게 다른 듯 같고 또 같은 듯 다르다.
백색은 새로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지난 시간을 뭍고 새롭게 마음을 정비하여 희망을 앞세우게 하는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백색의 꿈.
만물은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다.
길을 묻는 이에게 웃음으로 답하는 이는 어이하여 삿갓을 쓰고 세상을 바로 보려 하지 않는 것일까...
그의 허허로운 웃음은 쉬임없이 가슴을 울리고 깨달음이 있거든 묵묵히 걸으라 한다.
미소는 그래서 위안이다.
오늘도 안전한 산행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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