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달다] -정호승
[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풍경과 물고기
절의 처마 끝에는 풍경이 걸려 있고 그 안에는 물고기를 달아 바람이 불 때면 소리가 나도록 해 두었다.
이렇게 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은 없고 몇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뜨고 있어 잠시도 쉼없이 정진하여 깨달음을 찾고 중생을 제도하는데 힘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며, 풍경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하늘과 함께 보게 되고 그 드넓은 하늘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게 되는 바, 이는 깨닫음으로 가는 끝없는 세계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를 처마에 달아 놓음으로서 외부의 침입이나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킨다는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갑옷은 물고기의 비늘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산행 길에서 만나는 사찰에 들러 조용한 산사를 둘러 보노라면 가끔은 고즈넉한 산사의 터에서 이러저러한 상념과 번뇌에 잠기게 되는데 이러한 때에 가끔 듣게 되는 풍경소리는 번뇌의 바다에서 깨어나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게도 한다.
결국 풍경은 모두 깨어있으라 정진하라는 의미와 나와 우리를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리라.
그것이 무엇을 향하고 무엇으로 부터 일지라도
정호승(鄭浩承) 시인은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중과 대륜고등학교를 나왔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첨성대'로 데뷔하였고 1979년 '슬픔이 기쁨에게'를 출간하였으며,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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