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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야기

[봄비] -이수복

by hwang706@hanmail.net 2023. 4. 18.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 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이수복(李壽福) 시인은 1924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1946년 서울대 문과에 입학하였으나 3학년이 되기 전 1950년 낙향하여 1954년에 문예에 동백꽃을 발표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1957년 제3회 현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1963년 조선대학교 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하여 1965년 졸업하였다.
졸업 후 광주제일고등학교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순천 주암고 재직 중이던 1986년 수업 도중에 순직하였다.
 
생전에 단 한권의 시집인 [봄비]를 발간하였으며 이후로도 여러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였으나 시집으로 발간하지 않았고 사후 이수복 시선집이 발간되었다.
 
이 시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며 시각적 심상을 이루고 있으며 봄비를 통해 봄의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의 봄은 아지랑이가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다고 하여 임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이요 서러움으로 다가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고려 중기 정지상(鄭知常)의 "송인(送人)"과 비교되기도 한다.
 
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
송군남포동비가(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수하시진(大同江水何時盡)
별루년년첨록파(別淚年年添綠波)
 
비개인 긴 둑에 풀빛 짙은데
당신 보낸 남포에 슬픈 노래 가득하다
대동강 물 언제 마르리오
이별의 눈물 해마다 더해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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